★머뭇거리지 마세요★
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으면
시려 견딜 수 없는 추운 퇴근길...
마트에서 따뜻한 커피 한 캔을 사서
저는 총총거리며 집을 향해
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.
어두운 골목 저만치에서
리어카와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.
두터운 털 점퍼와 귀를 덮는 털모자를
쓰고 계셨지만 깊게 패인 볼과
깡마른 몸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.
녹슨 리어카를 옆에 세워두고
동네 전봇대에 버려진
종이 박스를 접고 계셨습니다.
뻣뻣한 종이 박스를 발로 밟아 반으로
접으려는데 제가 밟으면 금방 접힐 것
같은 박스인데도 잘 접지 못하시고
헛발질을 하고 계셨습니다.
도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
옆을 지나는데 고민이 되었지만
곁눈질만 할뿐 결국 내 손은 창피하게도
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.
할아버지를 지나쳐 골목을
돌아선 지 몇 분 뒤.
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혀
마음이 먹먹했습니다.
이내 뒤돌아서서 그 골목으로 뛰었습니다.
주머니에 있던 따뜻한 커피 한 캔을 꺼내들고,
내 자신을 질책하며 말이죠.
할아버지는 그 곳에 계시지 않았습니다.
분명 멀리 못 가셨을 거라 생각하고
이 골목 저 골목을 계속 찾아 뛰었습니다.
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요.
꽤 먼 골목에서 할아버지의
모습이 보였습니다.
쓰레기 더미에 쌓인 박스를
골라내고 계셨습니다.
저는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할아버지께
"할아버지 날도 추운데 힘드시겠어요~" 했지만
꽁꽁 얼어붙은 세상살이에 할아버지 맘도
얼어버린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.
다가가 도와드리고 나서 10만원을 넣은
종이봉투와 함께 커피 한 캔을 드리고는
뒷걸음질을 치며, 말했습니다
"할아버지! 그 봉투에 제 마음이거든요~
적지만 맛있는 거 사드세요~!"
가져가라며 다그치실까
얼른 골목을 돌아 뛰었습니다.
좋은 일을 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?
그날 밤 집에 가는 길은
그 어느 때 보다도 따뜻했습니다.
- 김 민 희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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