★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★
당신은 본래 흙이었는지 모릅니다
당신은 본래 땅이었는지 모릅니다
기껏 당신에게
눈발 같은 차가움으로 나 내려앉고
당신과 나의 짧은 사랑에게 겨울이 길어
아픔으로 당신에게 떨어지는
내 모든 것을 내리면
녹이고 내리면 받아 녹이던 당신은
애초부터 흙이었는지 모릅니다
쑥잎 위에 눈발이 앉습니다
아직도 우리들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
밤이 가고 한낮이 오면
그 눈발을 녹여 뿌리를 굵게 키울
어린 쑥들을 바라봅니다
지금 이렇게 눈 내리고 바람 세지만
이제는 결코
겨울이 사랑보다 길지 않으리란 것을 압니다
사랑이란 이렇게
깊은 받아들임인 것을 압니다
이제 나는
누구의 흙이 되어야 하는지를 압니다
- 도종환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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