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



★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★


지금쯤
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
그리워하는 사람이
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
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
들려주면 참 좋겠네요


지금쯤
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
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
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
받으면 참 좋겠네요


지금쯤
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
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
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
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
참 좋겠네요


지금쯤
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
나오면 좋겠네요
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
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
참 좋겠네요


지금쯤
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
있으면 좋겠네요
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
마음에 그리면서
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


지금쯤
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
지나가고 있으면 좋겠네요
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
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
모든 곡식들이 알알이
익어 가면 참 좋겠네요


지금쯤 하고
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
이제는 내가 나서야 겠네요
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
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 겠네요


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
나도 좋아지겠지요


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


- 정용철, ‘마음이 쉬는 의자’ 중 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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