★깊은 가을 / 도종환 ★
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
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
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
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.
생명이 있는 것들은
꼭 한 번 이렇게
아름다운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
알려 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
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.
억새의 머릿결에
볼을 부비다 강물로 내려와
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
깔깔댈 때마다 튀어 오르는
햇살의 비늘을 만져 보았어요.
알곡을 다 내주고
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
볏짚과 그루터기가
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
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.
가장 많은 것들과
헤어지면 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
보이지 않으려고
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
구릿빛 등을 보았어요
어쩌면 이런 가을 날
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
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
저녁 노울의 복숭아 볼을 보았어요
깊은 가을,
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
내려가다 바위속으로 스이는
가을 햇살을 따라가며
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
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.
-도종환 /
'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' 중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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