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월의 시

★  2월의 시 ★

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
봄 잉태 위해
2월은 몸사래 떨며
사르륵사르륵 허물 벗는다.

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
완전한 날, 다 이겨내지 못하고
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

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
꿈틀 꼼지락거리며
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

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
아픔의 고통, 달 안에 숨기고
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

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
우주에 던져버리고
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

- 함영숙 시인


★ 그렇게 2월은 간다 ★

외로움을 아는 사람은
2월을 안다

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
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
2월을 안다

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
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,
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

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,
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
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

계절은
가고 또 오는 것
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

2월은
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놓여진
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

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,
그렇게 2월은 간다

- 홍수희 시인


★ 2월 ★

일년 열두 달 중에
제일 키가 작지만

조금도 기죽지 않고
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

추운 겨울과
따뜻한 봄을 잇는

징검다리 역할
해마다 묵묵히 해낸다.

겨울이 아무리 길어도
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

슬픔과 고통 너머
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

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
가만가만 깨우쳐 준다.

이 세상의
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

나를 딛고
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

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
땅에 바싹 엎드린

몸집은 작아도 마음은
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.

- 정연복 시인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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