★ 3월의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 ★

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
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
내 마음엔 조금씩
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

꽃을 피우고 싶어
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

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
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
봄이 움직이고 있구나

아직 전설이 녹지 않은
내 마음의 바위 틈에
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

일어서는 봄과 함께
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

내가 사는 세상과
내가 보는 사람들이
모두 새롭고 소중하여

고마움의  꽃망울이 터지는 봄
봄은 겨울에도 숨어서
나를 키우고 있었구나

- 이해인



★ 3월에

단발머리 소녀가
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

새봄의 봉투를 열면
그 애의 눈빛처럼
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

가을에 만날
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
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

나는 누군가를 흔드는
새벽바람이고싶다

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꽃는
연두색 바람이고 싶다

- 이해인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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